사람들은 '신이 세세한 것에 관여한다'고 믿었지만, 다윈은 '그건 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소관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선택은 수백만 년에 걸쳐 꽃을 세부적으로 빚어내므로, 역사와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만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다윈에게 꽃의 의미는?
'영겁의 세월'이라는 개념과 '하나하나는 작고 지향성이 없지만, 축적되면 새로운 세상(엄청나게 풍부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변화'의 힘은 중독성이 있었다.
/ 다윈에게 꽃의 의미는?
우리의 삶은 고정되거나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변화와 새로운 경험에 늘 민감하다.
/ 다윈에게 꽃의 의미는?
나는 가끔 '동물과 식물의 속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품었다. 지금껏 그들의 속도를 제한해왔던 내적 한계와 외적 요인(이를테면 지구의 중력, 태양에너지, 대기 중의 산소 농도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말이다.
/ 스피드
그러나 세월이 점점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지언정 그건 어디까지나 기분에 불과할 뿐,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가 짧아지는 건 아니다. 매시 매분의 길이는 늘 똑같으니 말이다.
/ 스피드
임사체험의 전형적 특징은 무력감과 수동성, 심지어 이인증이지만 어떤 임사체험의 경우에는 강렬한 즉각성과 현실성, 그리고 사고·지각·반응의 극적인 가속화를 수반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위험을 성공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뇌는 한편에서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이 인식은 탄력적이어서 압축되거나 확장될 수 있다.
/ 스피드
그렇다면 다윈이 지렁이의 '정신'을 언급했던 것처럼, 해파리에게도 정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정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지각력─식물과 하등동물의 정신세계
마이클의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두 가지 기억을 비교해보려고 노력했다. 하나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뒷받침되는 1차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구성된 2차기억이었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그건 타인의 기억을 차용한 것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언어적 기술을 이미지로 번역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는 그 기억이 거짓임을 알지만, 감정적으로는 여전히 나 자신의 기억처럼 생생하고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우리 모두는 경험을 어느 정도 이전하며, 때때로 어떤 경험이 남에게 들은 건지 어디서 읽은 건지, 심지어 꿈에서 본 건지 또는 실제로 일어난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 특히 생애 초기 기억의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그러나 우리가 소중하게 품고 있는 기억 중 일부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에 관한 것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면 참담한 기분이 들 것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나는 그런 망각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며, 특히 작가나 화가나 작곡가들에게 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창의력은 때로 그런 망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과 아이디어는 다시 태어나 새로운 맥락과 관점에서 조망될 수 있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표절과 잠재기억의 정의에는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이렇다. "표절은 흔히 의식적이고 고의적이라고 인정되어 비난을 받지만, 잠재기억은 무의식적이고 우발적이므로 반드시 비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잠재기억에 대한 인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혹자는 잠재기억을 '무의식적 표절'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표절이란 단어 그 자체에 도덕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고 범죄와 사기를 암시하므로, 설사 무의식적이라 하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그러나 사람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반드시 거대하거나 강압적인 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로프터스가 제시한 사례에서 분명한 것은 "상상 또는 현실 속의 아동학대가 됐든, 진짜 기억 또는 실험적으로 이식된 기억이 됐든, 오도된 증인 또는 세뇌된 죄수가 됐든, 무의식적인 표절이 됐든, 오귀속이나 출처 혼동에서 유래하는 거짓 기억이 됐든, 외부의 확인이 없을 경우 '진짜 기억(또는 아이디어)으로 느껴지는 것'과 '차용되거나 암시된 기억(또는 아이디어)'을 쉽사리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도널드 스펜스는 이를 '역사적 진실과 서사적 진실 간의 딜레마'라고 불렀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나는 <환각>에서, 감각차단이나 탈진이나 다양한 질병 등의 이유로 인해 환각이 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 이유는, 환각(거짓 지각)과 실제 지각이 부분적으로 동일한 감각 경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우리의 정신이나 뇌 속에 기억의 진실성(또는, 최소한 기억에 등장하는 인물의 실존 여부)을 확인하는 메커니즘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역사적 진실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며, 진실에 대한 느낌이나 주장은 감각과 상상력에 동일하게 의존한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그러니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서사적 진실밖에 없고, 우리가 타인이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스토리는 지속적으로 재범주화되고 다듬어진다. 기억의 본질 속에는 이러한 주관성이 내장되어 있으며, 주관성이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뇌의 토대와 매커니즘에 유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착오는 비교적 드물고, 우리의 기억은 대부분 굳건하고 신뢰할 만하다니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인간의 기억은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취약하며 불완전하지만, 굉장히 유연하고 창의적이다. 출처에 대한 혼동과 무차별성은 역설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어디 한번 생각해보라! 만약 모든 지식에 출처가 표시된 꼬리표가 붙어 있다면, 우리는 종종 엄청난 양의 부적절한 정보에 압도당할 것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기억은 개인의 경험뿐만이 아니라 많은 개인들 간의 교류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억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 들린 소리 자체는 '엉망진창 뒤섞인 소리 덩어리'가 아니라, '또박또박 연결된 단어나 구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듣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듣는 것'이다.
/ 잘못 듣기
게다가 우리의 지각은 모두 뇌에 의해 구성되며, 우리의 뇌는 종종 빈약하고 애매한 감각 데이터를 사용하므로, 오류나 속임수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사실 지각이 순식간에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지각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 잘못 듣기
우리의 환경, 소망, 기대, 의식, 무의식이 잘못 듣기의 공범인 것은 분명하지만, 잘못 듣기의 실질적인 주범은 좀 더 낮은 수준, 즉 음운분석과 판독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존재한다. 만약 귀에서 왜곡되거나 불충분한 신호가 접수되면, 이 영역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실질적인 단어나 구절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설사 내용 면에서는 터무니없는 말이 되더라도 말이다.
/ 잘못 듣기
스토리텔링과 신화 만들기는 인간의 본원적 활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 모방과 창조
우리는 언어를 차용하는 것이지, 발명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왜 남의 것을 차용하거나 모방하거나 베끼거나 영향받는가'가 아니라, '차용하거나 모방하거나 베낀 것을 갖고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다. 다시 말해서, '남의 것을 완전히 소화시켜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 자기 자신의 경험·생각·느낌·입장과 혼합하여 얼마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 모방과 창조
그에 반해 푸앵카레가 말한 무의식은 완전히 숨겨진 창조적 자아가 수행하는 고도의 숙성 과정으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매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 모방과 창조
'바그너의 깊은 의식적·무의식적 변형'을 구별할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의 기억'과 '의식의 밑바탕에 깔린 프루스트적 기억'은 신경학적으로 다를까? 어떤 기억은 뇌의 발달과 회로에 별 영향을 안 미치고, 어떤 트라우마적 기억은 집요하고 변함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반해, 어떤 기억들은 통합되어 심오하고 창조적인 뇌를 발달시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 모방과 창조
우리의 인식, 사고, 의식의 내용은 시간 속에서 확장되며, 우리의 운동과 행동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살며 시간을 조직하므로, 우리는 철두철미한 시간적 존재다.
/ 의식의 강
나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기억상실증 환자 지마("길 잃은 뱃사람")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그는 늘 하나의 순간 속에 고립되어 있으며, 해자 또는 '망각의 틈'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에게는 과거나 미래가 없으며, 그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의미한 순간 속에 갇혀 있을 뿐이다.
/ 의식의 강
그러한 멈춤 현상은 "무의식적인 자율기능들(예를 들면, 자세 유지, 호흡)이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동안, 의식이 상당한 기간 동안 정지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의식의 강
우리의 뇌는 시간과 현실을 분할하여 불연속적 프레임으로 만든 다음, 그 프레임들을 다시 조립함으로써 외관상 연속된 흐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 의식의 강
그 메커니즘이야 어찌됐든, 불연속적인 시각 프레임이나 스냅숏의 융합은 '움직이며 흐르는 의식'의 전제 조건이다. 이러한 역동적 의식은 아마도 2억 5,000만 년 전쯤 파충류에서 처음 생겨났을 것이다.
/ 의식의 강
그런데 1,000가지 가능한 지각 중에서, 내가 유독 그런 것들에만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그 배경에는 아마도 성찰, 기억, 연상 등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의식이란 늘 능동적이고 선택적이기 마련이므로, 나의 선택에 정보를 제공하고 나의 지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 의식의 강
그러나 우리가 수동적이고 공정한 관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자신을 스스로 기만하는 것이다. 우리가 의도했든 말았든, 알았든 몰랐든, 모든 지각과 장면들은 우리 자신에 의해 형성된다.
/ 의식의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