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이승의 선지자, 김보영
ㅡ 선생님이 저를 가난하게 만들어서 지는 거예요.
유희가 나를 떠나기 전에 한 말이었다.
ㅡ 힘이 없이는 있는 자들과 싸울 수 없어요.
ㅡ 네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그들과 싸울 생각도 하지 않아.
나는 답했다.
타인을 상상하지 못하는 자에게 어찌 연민이 있을까. 타인을 상상하지 못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분리 없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영원과 불멸의 진실을 아는 자가 어떻게 삶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전체로서의 나는 전능했고 동시에 아무 가치가 없었다. 나는 완전무결했고 그렇기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타인이 없었던 시절의 우리에게 삶은 없었다. 명계는 허상이었다. 하계의 삶만이 진실이었다.
ㅡ 잘못은 없어, 나반.
아만이 속삭였다.
어쩌면 생각에도 자장(磁場) 같은 것이 있어, 너무 가까이 붙어살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워지는지도 모르겠다
/ 새벽 기차
그는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질책과 애원이 동시에 섞인 목소리로, 무엇을 어찌할 수도 없다는 무력감이 섞인 목소리로, 그 한마디에 인간에 대해 마지막 남은 모든 신뢰를 담은 채로 내게 말했다.
"그만둬."
/ 새벽 기차
"그래도 이게 원래 세상이었던 거죠?"
"원래 세상이라는 것은 없어."
내가 답했다.
단 하나의 삶과 그 삶으로 매양 모습을 바꾸는 우주가 있을 뿐이다.
/ 그 하나의 생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