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늘, 천운영

침묵을 찢고 나온 당신의 목소리는 물속 곰장어의 움직임을 닮았다. 빠르지도 높지도 않은 음성. 당신에게 정말 물이 필요한 걸까? 수족관을 뛰쳐나온 물고기 같아. 맨바닥에서 몸부림치다 죽기 직전에 이른 물고기. 그 나른한 눈빛. 당신 목소리는 언제나 낮고 분명하지않다.

/ 당신의 바다


당신은 대답이 없다. 당신의 꽉 다문 입술이 더이상 아무 말도 하고싶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당신은 한줄기 빛도 들지 않는 깊은 바닷속에 들어섰고 오직 침묵만이 흐를 뿐인 깊은 심연 속에 빠져 있다. 당신의 눈, 멍한 응시. 당신의 어린시절을 엿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저 바닷속을 들여다보듯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 당신의 바다


보름달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를 넘어서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날 밤 도처에서는 숱한 경계들이 은밀하게 무너지고 있었으리라.

 

/ 월경


두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당신이 믿고 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찰나.

 

/ 유령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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