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더스트가 사라지면, 대니의 특별 전시회를 열 거야. 저건 역사적으로도 아주 가치 있는 그림들일 거야. 그러니까, 이 시대에도 불행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는 걸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우리에게도 일상이, 평범한 삶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우린 정해진 멸종의 길을 걷고 있어. 설령 돔 안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런 인류가 만들 세계라곤 보지 않아도 뻔하지. 오래가진 못할 거야.”

나는 지수 씨가 동의해줘서 기뻤다. 하지만 그가 그다음으로 말한 것은 조금 뜻밖이었다.

“그래도 우린 식물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야 해.”


프림 빌리지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었다. 이곳은 그들을 받아들여준 유일한 세계였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허락된 세계를 더 확장하고 싶어했다. 지수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만이 아니었군요. 모두가 잊지 않았어요.”

“맞아요. 당신들이 약속을 지켰고, 세계를 구한 거예요.”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 작가의 말

 

 

 

yunicorn